영화를 통해 이동하며 현실 속에서도 살인을 저지르는 감독이자 악질살인마에 대한 영화. 항상 그렇지만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살짝 흐리는 소재는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물론 소재의 참신함과는 달리 철저하게 예측 가능한 작품으로, 스스로 흥미 본위의 작품에 머무르기를 원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썩 잘 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너그러이 봐주자면 그냥 평균 정도는 되는 작품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영화 속의 영화는 [텍사스 살인마]요, 영화 속의 현실은 [데몬스]나 [아쿠아리스] 섞어놓은 것쯤 되시겠다. 물론 두 영역 모두에서 선배들을 감히 거론하기가 민망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출간 기념회 즈음 해서 모 감독님께서 "상업공포영화는 이 정도면 무난한거 아닐까."라는 너스레와 함께 살포시 추천해주셨던 작품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제서야 감상하게 되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보던 매니아 녀석이 "나 같으면 저 집 안 들어가."라며 씹어대자(당연하게도 집에 들어가면 죽는다), 그 옆에 있던 친구(일반관객으로 느껴진다)가 "넌 대체 뭘 보려고 하는건데?"라고 타박하던 대사. 잘 알고 있던 것이지만, 새삼 새롭게 들려온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항상 내가 보아 오고, 사랑했던 것들의 대부분이란 실은 이런 녀석들이었다는 사실이. 바쁘다는 이유로, 딱히 할 말이 없다는 이유로, 혼자 말하기 싫다는 이유로, 기타 등등등의 이유로 요즘 나는 너무 좋은 영화들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2010. 4. Argento.


Midnight Movie, Jack Messitt, U.S.A. 2008.



사실 공포영화들이 총보다 칼을 선호하는 본질적 이유는 무기의 비효율성 때문입니다. 총은 너무 효율적이다보니 가학적 순간들을 보여주기가 어렵거든요. (물론 슬로우모션 헤드건샷은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활용도는 좀 떨어지죠) [살인의 막장]은 바로 그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다소 막갈 정도로 밀어부친 작품입니다. '극단적으로 비효율적인 무기를 가진, 끔찍하게 느려빠진 살인마'라는 원제에 충실하게, 이 영화는 숟가락(!)을 흉기로 사용합니다. 정말 웃기죠? 그런데 막상 직접 당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소름 끼칠거에요. 죽을 때까지 똥침, 딱 이 정도 센스이기는 한데.

어쨌거나 부천에서 단편 부문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수상한 영화제가 몇 군데 되네요) 수상사실이 충분히 공감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장 예고편 형식으로 만들어진 10분 남짓의 단편영화로 시간 내에 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데다가, 정말 미칠듯이 웃기고 상당히 재치 있는 작품이거든요. 도입부의 나레이션과, and again 무한 반복 장면에서는 정말 자지러질거에요. [싸이코]를 위시한 각종 영화들의 패러디 장면들도 만만찮죠.

이미 인터넷에서는 꽤 유명작인지라 보신 분도 많을 듯 합니다만, 소개 차원보다는 제가 생각날 때마다 보고 싶어서 퍼왔습니다. youtube에 감독 자신이 올린 소스를 긁어왔지요.

2010. 1. Argento.


The Horribly Slow Murderer with Extremely Inefficient Weapon, Richard Gale. U.S.A.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