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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광의 공포영화관
아버지가 비디오 플레이어를 사들고 귀가한 어느 날 이후, 비디오 보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두어 시간이라도 생길라 치면 친구들과 축구를 하기보다는 집에 와서 영화 볼 생각부터 했고, TV과외라는 훌륭한 명분으로 내 방에 비디오를 들인 후에는 못 볼게 뻔하다고 해도 빌려둔 영화가 없으면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기도 했다. 그 결과 이사를 가면 가장 먼저 친해진 사람은 그 동네 비디오 대여점 주인이었다. 그러나 대여점 주인의 추천에 그리 귀기울이는 편은 아니었다. 대신 나는 구석에 틀어박혀 마음이 동하게 하는 작품들을 찾을 때까지 몇 십 분이라도 비디오들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비디오 커버를 탐독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주로 선택하게 된 작품들은 주로 자극적 문구가 적힌 것들이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 고른 영화들이 취향에 맞지 않았다면 몇 번 보고 흥이 떨어져버렸겠지만, 내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나는 공포영화에 매료되어 버린 것이다.
이유는 비교적 명백했다. 선생님을 포함한 주위 어른들은 늘 좋은 이야기만 들려주고자 하지만 실제로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정도는 아이들조차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대부분은 따분하기도 했거니와 지독한 위선처럼 비춰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위선을 까부수는 나쁜 영화들이 몹시도 통쾌하다고 생각했다.
남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이가 상대적으로 소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의아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이 좋은 걸, 도대체 왜? 그래서 나는 공포영화의 장점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은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명확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남이야 어땠든 간에, 그냥 나 혼자 떠들기로 했다. 한참을 두서 없이 떠들어대다가 언젠가 공포영화에 대해 늘어놓는 책을 한 권 쯤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정말 한 권의 책을 내게 되었다.
사실 책을 내는 시기가 지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책을 쓴다는 소망은 영화에 대해 조금은 공부를 하고, 내가 알고 있거나 생각한 것들을 조리 있게 써낼 수 있는 글솜씨를 갖추고 난 후 언젠가 비로소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정도의 막연한 성질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았다. 때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결국은 해보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얼마전부터 내가 책을 쓸 수 있을 날이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의 이유란, 간단히 말하면 나 역시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누구나처럼 바쁘다는 것이다. 점점 늘어나는 책임과 역할들에 밀려 취미생활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가끔 시간이 주어져도 영화를 보러 가기보다는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나는 삶의 무게에 짓눌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결과 영화에만 국한해보자면 나는 무언가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안에 간직했었던 무언가를 하나씩 잃어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한 때 내 생활의 일부였던 공포영화 역시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터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부끄러운 수준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완전히 사라져버리기 전에 무언가를 남기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니 책을 읽게 된 이들은 글쓴이의 기억을 붙잡으려는 부질없는 소망에 따르는, 너저분한 몸짓을 엿보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엿봄의 행위가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혼자 떠드는 것에 워낙 염증을 느껴온 고로, 책 속에서 언급한 영화들은 매니아의 목록이라기에는 상당히 무난한, 하지만 좋은 작품들로 추려내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모쪼록 숨어있거나,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매니아들의 양해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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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올해 제가 블로그와 관련해서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일은, 한 권의 책을 출간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의 책 교정 작업을 해 본 경험도 아주 없는건 아니었음에도, 자신이 쓴 글이다보니 아무래도 오타나 이상한 문맥 등이 잘 잡히지 않더군요. 그래서 최종 pdf 파일을 보고 난 후 지독한 '오타공포증'에 시달렸습니다. 솔직히 그 두려움과 화끈거림은 꽤 오래 갔는데, 출간 반 년 동안 한 번도 완독하지 못할 정도였답니다. 상당히 소심하죠?
위에 올린 글은 제가 최초에 썼던 저자서문의 일부(오타 수정은 했으니 엄밀하게 말하면 수정본,,,)입니다. (저자서문이란 책의 앞머리에 실려있기는 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작성하는 글입니다.) 출간된 책에 실린 것과는 달리 조금 감상적인 느낌이에요. 서문으로 그리 적당해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당시의 제 심정이 묻어있는건 사실이라 공개해봤습니다. 실제로 그 때의 저는 책의 출간이 결국 취미생활의 마침표(혹은 블로그질과의 안녕)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물론 정초만 되면 담배를 끊겠다고 마음 먹는 것처럼, 현실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는걸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요. 하지만 블로그가 썰렁해지기는 했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입니다. 물론,,, 반갑지는 않아요. ^^;;
어쨌거나. 한 해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 이 책을 만들어주신 분들과, 읽어주신 분들, 그리고 어떤 의견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책이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제 넋두리를 들어주고 계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한 해 동안 즐거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9. 12. Argento.



캬하.. 책한권 내보는것. 모든 블로거들의 로망이 아닐까요. 부럽습니다. 요즘도 가끔 서점에 가면 영화코너에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이 꽃혀있더군요. 왠지 모를 반가움이~
빠르건, 늦건 간에 페니웨이님은 한 권 쯤 내실거라 생각합니다. ^^
책을 언제나 바로 옆에 놔두고 공포영화가 땡길 때 참고했답니다 하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헤헤헤,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cdc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땡큐, 역시 새해 복 많이 받고 행복한 가정 만들어가시길.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이라는 책의 백미는 "좀비에 관한 필자의 해석"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명함내밀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매니아로써 고개 끄덕이며 잘 읽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하위 장르 중 좀비물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니 애정이 더 들어갔나봐요. 감사합니다.
종종 뵐 수 있었으면 싶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보내주신(?-이벤트 당첨)책은 잘 보았습니다. 앞으로 또 책 한권 내주셨으면 해요~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능성 없는 얘기가 될 것 같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 번 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용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논문도 잘 쓰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으악!!
새해 넘길뻔 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아주 가끔 눈팅은 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글루식구일때보단 아무래도 자주 들르지는 못하네요.
그래도 생각날때 간혹 들르고 있어요^^*
저도 그래요. 이글루 쪽을 돌아보는게 꽤 어렵답니다. 클릭 한 두 번 더 하면 되는데,,, 사람 심정이라는게.
어쨌거나 한끼밧델님 반가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는 일도 잘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