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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0 감기 (16)

Before

아침에 일어났더니 머리가 띵한게 일어나지를 못하겠더라. 하지만 몸이 안 좋아서 못 가겠습니다라는 말이 통하는건, 학생시절 뿐이라서 어떻게든 일어나 씻고 나갔다. 지하철에서 한숨 푹 자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될리가 없지. 분당선은 항상 만석이다. 어쨌거나 일단 나가면 도착은 하는 법. 약속된 회의장에 올라가서,,,, 무슨 말을 하고 들었는지도 모르는 채 자리만 지켰다. 때로는 무엇을 했느냐보다 자리를 지켰느냐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게 그리 드문 경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1시간 섹스하는 것보다 1시간 회의하는게 에너지 소비량이 더 많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나는 그 기사에 충분히 공감한다. 회의란거,,, 때로는 무의미하고 피곤한 짓이다. 회의가 일찍 끝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 내게 일어난 일 중 가장 좋은 일이다.

돌아오는 길에 병원을 들렀다. 아픈건 참을 수 있지만, 아파서 내일 일에 지장을 주는건 감당하기가 좀 어려워서. 병원에서 체온을 재보니 39도란다. 간호사가 열이 높으시네요라며 쾌활하게 말했다. 아마도 무슨 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하지만 환자 앞에서 그렇게 좋냐라며 속으로 씹퉁거리면서,,,, (겉으로는) 나도 그런가요라며 쾌활한 척 말했다. 나는 매너 있는 남자니까. (아니란거 안다) 이 병원 가본 중 오늘이 가장 대기시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두 명이나 기다리고 있는 것도 맘에 안든다. 어쨌거나,,, 그냥 주사나 한 대 맞고 집에 들어와서 자려고 병원에 들린건데, 의사 왈 링거(아주 작은,,, 20분 정도면 충분한거라지만 어쨌거나 링거는 링거니까)를 맞고 조금 누워 있다가 가라고 한다. 링거요라고 반문했다가, 집에 가서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뭐라고 생각하며 그러겠다고 했다. 집에서 쉬나 병원에서 쉬나 그게 그거지 뭐.

어쨌거나 몸에 이물질을 끼워넣고 누워있으려니 한여름에 폼 안나게 이 꼴이 뭔가 싶더라. 최근에 무슨 무리를 심하게 한 것도 아닌데! (이 따위 생각을 하고 있는걸 보면 그렇게 아픈건 아니었던 셈이다.) 나같은 사람 또 있는건지, 커튼을 쳐놓은 옆 침대에서 웬 여자가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고 있다. 좀 많이 시끄럽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시끄러운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속으로 틱틱거리다가,,, 이내 나도 잠들어버렸다. 아마도 내가 더 시끄러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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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병원에서 나왔다. 확실히 몸이 한결 낫다. 기분도 괜찮다. 오뉴월에는 개도 감기에 안 걸린다는데,,, 지금은 칠월이니까 아플 수도 있는거지라고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건강해야 긍정적일 수도 있는 것 같다.

2009. 7. Arge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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