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그외

사실 작년 여름 여기로 옮길까 한참을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고민만 하다가 시기를 놓쳐서 계속 머무르게 되었었지요. 그러다가 얼마 전 또 강하게 옮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나는 돌아가고 싶은거구나라고 확신했습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의 경험을 생각해보건대 마음 먹은걸 바로 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소 서둘렀습니다. 먼저 스킨을 적용했고(기술적으로는 아주 쉬운 일이지만, 다들 비슷비슷해보이는 스킨 중 하나를 선택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비공개 글들 중의 일부를 공개로 돌렸고, 다음으로 이 곳에 개인도메인을 적용시켰습니다. 마지막으로 hanrss에서 두 개 블로그 rss주소를 정리했습니다. 평상시에는 천하태평 만만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개강을 앞두고 있어 그런건지 스스로도 의아할 정도로 서둘렀네요.  

어쨌거나 급하게 이사 오는 바람에, 텍스트큐브 블로그에 올렸던 이전공지 글을 본 이가 아마 거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도메인 변경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저의 독단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 곳을 방문하게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을 것 같네요.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리더로 찾아주시는 분들께도 죄송합니다. 이전 글들의 주소가 뒤죽박죽이 되어 제가 봐도 너저분하네요. 하지만 이건 조만간 원상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텍스트큐브에서 올렸던 글들을 아직 다 옮겨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시간이 되는대로 하나하나 옮기려고 합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조금 어수선하겠어요. 이해해주시기를 바래요.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제 속은 후련하네요. 푸근한 느낌이 드는게 참 좋기도 하고 말이죠. 

Arborday's Choice(2011.1.) Arborday

유부남이 되고나서 수집이라는 취미에 제한을 받습니다 등의 사연을 토로하는 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아마도 나는 능력자에 가까울거라 생각한다. 비결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팔불출이 되지 않으려면 입다물어야겠다 정도로 대답하면 되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1월에는 단 한 장의 dvd나 bluray도 사지 않았다. 이건 수집을 시작한 몇 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뭐, 1월에 살걸 2월에 사는 차이 정도니 호들갑 떨 일도 아니겠지만) 올해는 조금 줄여봐야지, 저 가난해요, 혹은 이 달은 딱히 살게 없어요는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어쨌거나 1월에 출시된 영화들 중 장바구니(DVD몰의 장바구니에 넣어두기는 하지만, 물건을 보고 사는걸 좋아하는 편이기에 항상 오프라인에서 구매한다. 그러니 장바구니란 그냥 단순히 참조용이다.)에 들어있는 목록들. (판권 문제로 출시사 확인이 필요할 수 있음)

단연 1월의 뜬금 출시작은 이 녀석이다. 극장개봉 소식이 들려오다가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던 녀석인데,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많이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이 별개이듯, 공포라는 장르영화들을 많이 알고 즐기는 것과 좋은 공포영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때로는 별개다. 대개 공포영화 매니아 출신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 아주 좋은 작품과 아주 나쁜 작품이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물론 두 경우 모두 과잉의 느낌은 묻어나는 편이지만), 이 작품은 명백히 전자의 경우이다. [나이트 크리프스]를 모태로 하여 60~80년대 SF/호러물들이 잡탕으로 섞여 있는 작품인데, 특히 그랜트괴물이 보여주는 신체변형은 상당히 즐겁다. 혹자에게는 아름다운 로맨스 작품일 수도 있을 것. 이 작품에 대해서는 기존에 간단하게나마 작성한 리뷰가 있으니 대체하도록 하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작년에 만들어진 영화 중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장철수 감독은 영화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고(심지어 불편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메세지를 확고히 전달하는데 성공했으며, 복남을 연기한 (여우주연상을 거의 싹슬이하다시피했다) 서영희도 인상적이었다. 실은 긴 글을 쓰려고 준비를 하다가 진전이 없어서, 한 번 더 보고나면 쓸 수 있을까라며 미뤄두고 있다가, 경험상 이런 경우에는 스스로에게 더 만족스러울 글이 안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대충 마무리 지었다. (조금 아쉽기는 하다.) 어쨌거나 역시 자세한 설명은 로 대체하자.





이 블로그의 메인 장르와 거리가 먼 영화들은 간단히만 덧붙인다. 그렇다고 해서 아래의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 블로그의 컨셉이니 이해하시라. 
먼저 [러브액츄얼리] 블루레이 무삭제본. 15세 버전으로 만들기 위해 삭제되었던, 성인영화 배우 커플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강점. DP의 화질비교글을 보면 중복소장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로버트 로드리게즈 컬렉션]. 엘마리아치 3부작이 담겨져 있다. DVD로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블루레이는 패스할까 생각 중이지만, 막상 매장에 가서는 어떻게 될지 또 모르겠다. 

그리고 [공각기동대 1기 총집편]. 공각기동대 TV판 특히 1기는 극장판에 견주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TV판을 통해 보는 것을 추천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면 총집편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웃는 남자 사건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편집하여(그래도 러닝타임은 160분이지만) 개별 장편영화로서도 손색이 없다. 이건 구매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나올 때마다 닥치고 구매하는 홍상수의 [옥희의 영화].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신뢰가 가는 작품인데다가, 정유미도 나오니까. 

ㅡㅡㅡㅡㅡ

. 원래는 2월 7일 작성한 글. 2월 16일 현재 [슬리더]와 [로드리게즈 컬렉션] 제외, 구매완료. 




[Bluray] 하우스(Hausu) 컬렉션

당시 기존의 일본영화들은 사실주의에 입각해 있었고, 또한 삶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취하는 영화들이 많았다. 영화판은 축소되고 그 자리를 TV가 대체해가고 있었지만, 영화장인들은 TV의 CF를 찍는 것을 명예롭지 않은 일로 생각했다. 반면 
단편영화를 한 편 만들어 상영했던 오바야시 노부히코는 그 경력을 연고로 하여, CF 감독으로 활동을 계속 해간다. 그는 CF도 예술이라고 믿었고, 자신이 원하는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사실이 신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영화장인들이 무시하던 CF에서 활동했던 탓일까, 오바야시 노부히코 역시 너무 사실같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젊은 (혹은 어린) 세대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그것이 이 영화가 만들어지던 당시의 분위기였다.

그러던 그 때 미국에서 [죠스]가 만들어졌다. 일본의 영화판에서 일하던 감독들은, 새로운 세대들은 [죠스]와 비슷한 영화를 만들거야라는 기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무렵 오바야시 노부히코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공포영화를 만들어낸다. 그는 설명한다. 
"[죠스]는 무서운 영화입니다. 아마도 어른들이 영화를 만든다면 공포를 가져다 주는 다른 어떤 것을 상상했겠지요. 곰이 습격한다거나, 사자가 습격한다거나 등등. 하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딸에게 물어보았어요. 너는 어떤게 무섭냐고. 그랬더니 딸이 답했습니다. 거울 속의 내가 나를 공격하면 무서울텐데. 이것이 아이의 생각입니다. 이 영화를 만들 때 많은 소재를 저는 딸로부터 얻었어요. 그리고 저는 아이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어요."

감독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의 딸은 많은 것들을 무서워했다. 냉장고가 없는 시골에서, 수박을 차갑게 하기 위해 우물 속에 넣어두었을 때를 회상하며, 그녀는 말했다. 수박을 끌어올리는데 그것이 사람의 머리로 변해서 나를 공격할까 무서웠어요. 
그녀는 한 때 피아노를 배웠다고 한다. 제 멋대로 치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마구 두드리고 있었는데, 피아노 강사에게 그렇게 치면 안된다고 한참을 야단 맞았다고 했다. 그래서 정확히 치려다가 실수로 건반 사이를 잘못 눌렀는데, 그 때 그녀는 피아노가 자신을 공격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지금 말한 모든 장면은 영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의 기획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지만, 감독을 구하지 못해 촬영에 착수하는데는 2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오바야시 노부히코는 자신이 만들겠다고 생각했지만, 제작사는 그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영화는 만들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를 꼭 만들기 위해서, 이 영화는 자신이 만들 것이라고 공언하고 다녔고, 영화를 만들기도 전에 O.S.T를 녹음하고, 라이트 노벨로 출간하고, 라디오 드라마로 만드는 등 제작사를 계속하여 압박했다. 그리고 그 2년동안 그는 착실히 광고를 찍으며, 영화에 출연할 여자아이들을 7명이나 모을 수 있었다. 

그의 러쉬에 지쳐버린 제작사는 오바야시 노부히코가 영화를 만들 것을 허용했고, 이에 감독은 상업적인 성공 - 영화라는 것은 지겨운 것이다라고 생각했었던, 아이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 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성공에 도취되어야 할 제작사는 일본영화의 종말을 목격했다며 안타까워했다고. 영화를 찍는 동안 유쾌해서 어쩔 줄 몰랐던 스탭들마저도, 이 영화의 상업적 성공을 순수하게 반길 수는 없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그들이 왜 그랬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갈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 영화는 비평적으로는 완벽히 무시당했다. 비평을 하자니 할 말이 없고,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훌륭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지금까지 그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영화가 상당히 즐겁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같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머지, 너무나 영화임이 뻔하게 드러나는, 각종 종류의 효과 - 당시의 기준으로 이런 효과가 창의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보면 유치찬란 그 자체다 - 를 신나게 발휘했던 결과물은, 지금 관객에게도 충분한 웃음을 선사할 수 있을 힘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Hausu(Japanese), Obayashi Nobuhiko, 1977, Japan.
a.k.a House(International title)


덧 1. 나의 첫번째 criterion bluray. 이름만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작사. 본편과 서플먼트에 영어자막이 있으며, 감독의 단편영화가 수록되어 있다. 반즈앤노블의 크라이테리언 세일 때 주문했었는데, 주문해서 받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타이틀이 되기도 했다. 

덧 2. 이 글에 적힌 사실들은 서플먼트에서 인용한 것이다. 만약 틀린 부분이 있다면, 영어자막을 그냥 흘려가면서 정교히 해석하지도 않은 주제에, 기억에 의존하여 포스트를 작성한 탓이다. 



안녕하세요. 그외

몇 가지 이유를 늘어놓으려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실은 이 곳이 그리웠습니다. 그리하여 쑥스럽지만 다시 이 곳에 돌아왔습니다. 일단 인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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