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잡담 : 블랙스완, 킹스스피치, 13일의금요일7 그외

0. 썰렁한 블로그와는 별개로, 의외로 영화는 많이 봤다. 다만 쓰지 못했을 따름이다. 바쁘다고 핑계를 대기는 하는데, 사실은 글이 안 써진다. 요즘 추세라면 욕심 내지 않고 그냥 구매한 블루레이 사진만 올린다고 해도 3일에 포스팅 하나 이상은 나올텐데 말이지. 

1. 먼저 [블랙 스완].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영화를 보면서 늘 느꼈던 것이지만, 특히 이번 영화를 보면서는 이 양반 참 연출을 잘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영화 굉장히 뻔한 영화다. 주제 역시 식상할 법도 하고. 그러나 단순한 이분법이라 할지라도 흑과 백, 억압과 해방, 도전과 안주, 빼앗기는 자와 빼앗는 자 등을 중첩시킴으로써,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끌고가는 재주가 돋보인다. 물론 캐스팅, 카메라도 도드라지고. 게다가 그 흡입력, 간만에 영화를 보면서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이나 들었던 얘기들에 비해 딱히 처절한 얘기는 아니더라. 

2. 다음은 [킹스 스피치]. 이 영화는 오로지 콜린 퍼스 때문에 봤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처음 그를 봤을 때부터, 영국식 발음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목소리의 톤이라고 해야하나, 어쨌거나 그게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었거든. 그러니 그의 연설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당연히 봐줘야지. 기대대로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영화를 보기 전에 기대했던 것, 딱 그대로의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서 갑자기 무면허 선생의 오디션 장면이 자꾸 떠오르더라. 계급이나 질서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선생에게, 왕이란 그리고 왕의 연설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가볍게 보고 지나간 것과 다른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머리속에서 굴러다니면서 정리는 잘 안되는데, 다시 보게 되면 선생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봐야겠다. 
하지만 (물론 아주 좋은 영화지만) 감독이 드러나는 작품은 아니더라. 그게 좋은거라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3. [13일의 금요일] 7편은 자신의 능력 때문에 의도치 않게 아버지를 죽음에 빠뜨렸다는 죄의식에 시달리는 초능력 소녀의 얘기이다. 제이슨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소녀가 주인공이다보니 싫은 소리가 많이 나올법하기는 한데, 영화에는 재미있는 설정이 제법 있다. 예를 들어 그녀가 아버지를 다시 살아나게 해주세요라고 빌자 제이슨이 살아난다는 설정. 이건 직접적이기는 하지만 좀 식상할지도 모르겠다. 슬래셔영화의 살인마는 자식세대를 죽이고 싶어하는 기성세대로 해석하면 대개 절반 이상은 맞으니까. 
좀 더 재미있는 설정은 소녀에게서 초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그리고 그러한 초능력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 의사가 소녀의 죄의식을 이용한다는 것이었다. (소녀는 감정적으로 불안해지면 초능력 역시 강하게 구현할 수 있단다) 이 설정에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였는데, 솔직히 말해 자신들이 만든 룰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바로 죄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폰티풀 개봉 그외

'영리함을 넘어 영악한 스릴러'라고 보도자료에 적혀 있는, [폰티풀](2008년작)이 정식개봉한다는 뉴스레터를 받았다. 실제로 이 영화는 국내외 여기저기(국내에서도 부천에서)에서 독특하고 긴장감 있다고, 상당히 호평을 받은 괜찮은 물건으로 알려져 있으니(imdb 평점이 무려 6.8이다) 한 번 믿어보는 것도 좋을 듯. 
내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앵커베이에서 출시된 [The Girl Next Door] 블루레이에서 예고편을 본 후 부터. 예고편을 보고 홀딱 반해버려서 카트에 넣었다가, 개봉한다는 소문이 있어(북미판이 영어자막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기다려오던 중이었다. 그러니 아직 못 봤다는 얘기다. (호들갑을 떨더라도 알려줄 사실은 알려줘야 공평하다는 생각에. 그리고 더불어 리뷰는 다음으로) 어쨌거나 아껴놓았던 맛있는 사탕 껍질을 까고 있는 아기처럼 설레는 기분이다.

단지 조금 아쉬운건 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극장은 미로스페이스 뿐이라는 것. 미로스페이스를 재개관(26일)하면서 이 영화를 단관개봉한단다.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오늘부터 IPTV로 동시개봉(확인해보니 Qook TV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동시개봉이라 아직은 만원이다. 비싸라)하니 맘만 있으면 볼 수는 있다는 것. 기다리면 매체 출시로도 이어질 것 같다. 컬렉터로서 욕심을 내보자면, 혹시 블루레이는 안될까나?


덧 1. 며칠 전에 이 보도자료를 받고 기뻐서 혼자 작은 탄성을 질렀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여기에 적어놓지도 못했다. 어쨌거나 상영시간표는 여기에서 확인하시라.

덧 2. 참고로 [The Girl next door]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와는 다른 작품이다. 잭 케첨의 소설 [이웃집 소녀]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으로, [아메리칸 크라임]을 순수하게 호러물의 형식으로 찍은 영화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악의 축으로 나오는 여인의 연기는 나름 카리스마가 있지만, 그래도 책으로 보는게 좀 많이 나은 느낌. 책과 몇 장면 다르기는 하지만, 정말 다르다고 할 수 있을 법한 장면은 영화의 도입부의 한 시퀀스 뿐이다. 



잡담 그외

# 오늘 [안티크라이스트]가 4월 14일 개봉 확정이라는, 다소 기대치 않았던 메일을 받았다. 그것도 해야하는거지 싶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어느 극장에서 하게 될까 잠시 궁금하기는 했다. 그런데 가장 궁금할만한 삭제 여부에 대한 정보를 뉴스레터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홍보사에 문의를 해볼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이게 무삭제면 무삭제라고 큼지막하게 적어놓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다소 귀찮기도 해서. 어쨌거나 반갑기는 하지만 딱히 잘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 세상에, 늦어도 너무 늦다는 생각? 매체 출시를 위한 개봉 같기도 한데, 그마저도 돈을 내고 구매할만한 고객들은 크라이테리온 판으로 사두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시티 오브 더 리빙데드] 영국판에 수록된, 풀치에 대한 서플을 보려는데, 예고편과 갤러리 외에는 재생이 안되더라. (물론 본편은 재생된다) 애로우 비디오의 물건을 상당수 질러뒀는데, 이게 웬 날벼락. 그래서 전부 확인했다. 서플이 재생되는지. 다행히도 [시티 오브 더 리빙데드] 외에는 문제가 없다. 블루레이닷컴의 포럼을 조금 뒤져보니 소니계열 재생기(PS3, S350 등)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사기 전에 꼼꼼히 확인했어야 하는데. 약간 속이 쓰리더라. 그 밑에 삼성은 문제 없다는 리플을 보고는 속이 좀 더 쓰리더라. 미국판을 중복소장한게 덜 아깝다는 생각이 든 건 유일한 위안.
어쨌거나 수확은 있었다. 내 재생기(sony BDP S350)는 NTSC 방식의 dvd는 잘 돌아가지만, PAL 방식의 dvd는 안 돌아가는 반쪽짜리 코드프리 제품이었다는걸 알게 되었거든. 서플만 담긴 영국판 dvd가 재생이 안되더라. 혹시나 해서 [헬레이저] 영국퍼즐박스판을 재생해봤더니 역시 안된다. 코드2번은 몇 장 없기도 할 뿐더러 컴퓨터로만 재생해봐서 구매 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태 몰랐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새로운 학교에서 강의경력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지난 학기까지 3학기 동안 강의를 하던 학교에 증명서를 보내달라고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후, 지난 학기에 우수강사로 뽑혀서 이번 학기에도 강의를 하셨으면 조금 혜택이 있었을텐데라며 덧붙이더라. 순간 기분은 좋았다. 강의평가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었지만, 전화를 하던 그 순간만큼은 노력은 보답을 받는구나라고 뿌듯해했다. (역시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과연 이번 학기에 강의를 했다면, 내가 어떤 혜택을 받았을까가 괜시리, 자꾸, 그것도 몹시 궁금해지더라. 딱히 물어볼 생각은 없는데 말이지. 어쨌거나 모르는게 약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풀문엔터테인먼트(풀문픽쳐스) 그외

[I bury the living]으로 알려진, 50년대 B급 호러와 SF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여, 70이 넘어서까지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다작 감독 앨버트 밴드는 70년대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하여, 야심찬 아들 찰스 밴드와 함께 이태리의 로마에서 1983년 소규모 영화사 엠파이어 픽쳐스를 설립한다. 

엠파이어 픽쳐스는 소규모 영화사이기는 했으나, 공포영화팬들에게는 금새 익숙한 회사가 되었는데, 엠파이어 픽쳐스를 대표하는 공포영화 감독은 스튜어트 고든이었다. 그는 [좀비오], [지옥인간], [돌스] 등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커리어 초기를 엠파이어 픽쳐스에서 성공적으로 장식할 수 있었다. (찰스밴드와 스튜어트 고든의 관계는 각별한데, [로보족스], [사탄의 테러], [펜드럼] 등의 작품 역시 풀문에서 만들어졌다) 그 외에 [굴리스]와 [트롤], [프리즌] 등이 알려진 작품. 그러나 엠파이어 픽쳐스는 재정문제로 1989년부터 휘청거리기 시작하여, 결국 도산하고 엠파이어 픽쳐스의 라이브러리는 MGM이 소유하게 된다.

엠파이어 픽쳐스가 부도난 후, 찰스밴드는 미국으로 옮겨와 다시 저예산 공포, SF, 판타지를 전문으로 하는 B무비 배급, 제작사를 설립하는데, 그것이 풀문 엔터테인먼트이다. 풀문 엔터테인먼트는 특히 비디오시장(혹은 LD)으로 직행하는 작품들의 제작으로 재미를 보았고, 역시 공포영화팬들에게 익숙한 회사로 거듭났다. 그들의 대표작은 [Puppet Master], [악마의 변종], [Demonic Toys] 시리즈를 들 수 있겠다. 

순항하던 풀문엔터테인먼트는 비디오 시장의 축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며 95년 풀문 픽쳐스로 이름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향후 몇 년 간 풀문 픽쳐스는 영화의 내용에 따라 오히려 라벨을 더욱 늘리는 시도를 단행했다. 먼저 펄스파운더스(가족용SF, 한 때는 라벨링이 문빔이었음, 러브크래프트 원작의 소설을 찰스밴드가 감독한 영화 제목에서 유래), 서렌더시네마(소프트코어 SF, 토치라이트가 변경된 것), 펄프 판타지(오싹하고 기괴한 영화로 풀문의 기존 영화와 조금 다른 느낌의 영화들에 붙였던 라벨링), 액션 익스트림(액션), 필몬스터스(고전호러), 몬스터아일랜드(괴물영화), 빅시티픽처스(도시배경 판타지), 컬트 비디오(엠파이어 시절 밴드의 영화의 재발행 목적) 등이 그것이었다. 

한 때 이름을 섀도우 픽쳐스로 바꾸었던 풀문은 2005년부터 다시 풀문픽쳐스로 이름을 바꾸어 다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조종자]와 [Demonic Toys]의 후속편을 제작하였고, 2009년 [조종자]의 리메이크를 3D로 극장상영하겠다는 이야기를 찰스밴드가 한 바 있으나(그는 제작되지 않은 속편들의 왕이란다), 아직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바는 없다. 

어쨌거나 거듭되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근근히 그 생명을 이어온, 평생을 이 장르에서 활동하였고, 한 때(80~90년대)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족적을 남긴 사랑스러웠던 제작사가, 부디 잘 나갔으면 하지만, 당연하게도 옛 영광을 되찾기란 어려워 보인다. 


Cf. 풀문엔터테인먼트의 호러 시리즈

Puppet Master : 풀문의 첫 작품이자, 풀문을 먹여살린 시리즈. 조종자 시리즈로 알려져 있으며, 총 10편이 만들어졌다. 그 중 한 편은 [Puppet Master vs Demonic Toys]로 일종의 크로스오버 작품이다. 국내에는 속편의 일부가 [악령의 부활], [사탄의 유희], [사탄의 부활] 등으로 출시된 바 있다. 물론 '사탄의'와 같은 제목이 붙은 이유는 [사탄의 인형]의 유명세에 따른 것인데, 사실 인형을 공포영화에 가지고 들어온 것은 굳이 따지자면 엠파이어 픽쳐스의 [돌스]가 먼저라면 먼저다.
개인적으로 [조종자]는 인형이 나온다는 점 외에도 [돌스]를 빼고 거론할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돌스]를 찍을 때 엠파이어 픽쳐스는 스튜어트 고든에게 창자를 빼는 고어장면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를 다 찍고나서 안 어울린다는 이유로 결국 뺄 수 밖에 없었는데, 여기에는 쓸 데 없이 고어 효과를 사용하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감독 스튜어트 고든의 성향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찰스밴드는 자신이 원했던 좀 더 잔혹하고 난장스러운 인형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것을 실현한 것이 아마도 [조종자] 시리즈이리라. 그러니 시기상으로나, 아니면 다른 이유로나 [조종자]는 [돌스]의 아우 정도 될 것이다.
국내에 [작은 악마의 유희]라는 제목으로 1편이 출시된 바 있는 [Demonic Toys]도 장난감(인형)을 소재로 한 프랜차이즈. 역시 국내에서는 [사탄의 인형]의 아류 취급을 받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Subspecies : 악마의 변종 시리즈. 풀문의 분위기 있는 고딕 뱀파이어 호러물. 무성영화시절 노스페라투의 모습을 떠올리게끔 하는 캐릭터 라두가 일품이며, 혈석의 존재나 손가락을 잘라냄으로써 분신을 만들어내는 설정이 이채롭다. 4편이 만들어졌으며, 꾸준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풀문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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