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공포영화의 역사 속에서 리메이크 작품들이 활개를 친 것은 비단 요즈음만의 일은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속의 캐릭터들인 몬스터들(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미라, 늑대인간 등)은 30년을 주기로 그 모습을 스크린에 드러냈다. 1930년대 아내부터 시작해서 아들, 딸까지 우려먹으며 미국 공포영화계를 주름잡았던 각종 몬스터들은 1960년대 말 이후 영국에서 천연색을 입고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고, 비록 60~7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90년대에는 명감독, 명배우, 거대예산의 조합으로 좀 더 드라마에 치중하는 식으로 재탄생하기도 하였다. 그 뿐이랴, 15년에서 20년을 주기를 두고 조금씩 그 모습을 바꿔가는 [신체강탈자의 침입] 같은 작품(돈 시겔 1956, 필립 카우프만 1978, 아벨 페라라 1993, 올리버 히르비겔 2007)도 있는데, 이 영화는 옆 집 코흘리개 아이가 대학생이 될 무렵에는 다시 리메이크 될 것이라고 장담해도 좋다.
하지만 늘 존재해 왔다고 해서 현재의 리메이크 열풍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지금처럼 쏟아졌던 시기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를 불러 일으킨 장본인은 숱한 아이콘들을 가리지 않고 되살린 마이클 베이였다. 어느 날 마이클 베이가 [텍사스 살인마]를 리메이크하겠다고 말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의 발언을 지나가는 농담 정도로 생각했다. 물론 일부는 농담으로 그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텍사스 살인마]와 같은 걸작을 훼손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했거니와, 또한 누군가 그런 짓을 하게 된다고 해도 대규모 팝콘무비로 명성을 얻은 철학 부재의 사나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예상은 대개 사실로 이어졌다. 마이클 베이가 되살린 공포영화들은 가벼웠다. 원작에 대한 어떤 의미 있는 재해석도 없었고, 또한 원작을 채우고 있었던 시대정신도 사라져버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마이클 베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의 정신을 제대로 짚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철학의 부재만큼 현대를 잘 설명하는 것도 없을테니까.) 그러나 그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쳤는데, 그것은 베이가 제작한 리메이크작은 모두의 넋을 빼놓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베이는 잭팟을 터뜨렸고, 그를 뒤따르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평론가와 일부 관객을 제외하고서는 아무도 그를 조롱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작품들이 러쉬를 이루고 있는 것일까? 그 문제에 대한 근본적 답변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최근 헐리웃이 소재 고갈에 시달려왔다는 것이었다. 아이디어 고갈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야 새로운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겠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쉽나. 그러다보니 헐리웃이 선택한 것은 자국과 외국의 검증된 콘텐츠로 눈을 돌리는 리메이크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게 먹혔던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리메이크작이 높은 수준의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애당초 베이의 성공은 작품성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수익성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의 추세를 만들어낸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보다 정확한 이유는 그게 돈이 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시시한 답변임을 알고 있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답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왜 그게 돈이 될까? 당연히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리메이크작의 관객 층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원작을 아는 관객층이며, 다른 하나는 원작을 모르는 세대의 관객층이다. 먼저 원작을 아는 관객층에는 대충 이런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대개의 장르팬들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공포영화의 팬들은 비교적 강한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허접한 영화들에 익숙해져 있는 그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종류의 영화라면 퀄리티를 불문에 붙이고 일단 감상부터 하는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이트메어]나 [13일의 금요일], [할로윈] 등의 저질 속편(모든 속편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들이 그토록 활개칠 수는 없었으리라. 그러니 아마도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리메이크가 원작을 훼손한다고 비아냥거리면서도, 극장에 걸리게 되면 어떻게든 극장에 가게 되고야 말 우량고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전설적인 원작들을 스크린에서 접할 기회가 없었던 또 다른 세대들이 있다. 다소 낯설었던 전설들은 좀 더 입맛에 맞는 배우와 연출을 통해, 친숙한 방식으로 새로운 관객들에게 다가올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요즘 주로 리메이크되고 있는 슬래셔영화들은 2000년을 대표할 수 있는 [쏘우]나 [호스텔] 등의 고문영화와도 영화 성격이나 내용에 있어 맥이 닿는 구석이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 뿐이랴? 최근의 몇몇 작품들의 경우, 어지간한 안티히어로에 맞먹는 캐릭터성까지 겸비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리메이크, 특히 70~80년대 작품들의 리메이크는 신구관객에게 모두 어필할 수 있는 검증된 컨텐츠로서 기능하게 되었고, 그 결과 이들 영화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 대체 리메이크작의 수익성은 얼마나 될까? 놀라지 마시라. 대부분의 리메이크작들은 첫 주말 수입만으로도 예산을 회수한다. 이런 안전한 투자는 다른 어떤 산업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과연 리메이크 대세론이 계속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도 시시하다. 돈이 되니 만들어졌던 것처럼, 돈이 되지 않게 되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돈만 된다면 다시 가져 올 영화들은 무수히 많을 정도로 헐리웃 공포영화의 토양은 풍부하다. 그러나 그 어떤 추세도 그리 오래 가지는 못한다. 공포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슬래셔 영화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공포영화의 쇠퇴기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했다. 결코 식지 않을 것만 같아 보이던 제이호러의 인기도 그리 길지는 못했다. 마찬가지로 원작의 명성에 기댄 그저 그런 작품들의 러쉬 역시 익숙해지자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던 선배들의 운명을 답습하고 말 것이다. 관객의 취향이 변한 탓이든 아니면 관객의 인내심이 고갈된 탓이든 간에. 때로 관객은 제작사의 상술에 놀아나는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을 조금 넓게 잡고 보자면 관객은 언제나 옳은 선택을 내린다. 리부팅이라는 야심을 가지고 시리즈 제작을 염두에 두고 리메이크했던 작품들의 후속편들에서, 눈에 띄는 수익성 저하가 나타나는 점은 이미 그러한 조짐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러니 현재의 분위기가 맘에 들지 않는 이라면 이 광풍이 지나가기를 잠시 기다리면 될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즐거운 이라면 충분히 즐기면 될 것이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리메이크나 리부트의 추세가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를 않는다. 정말 [나이트메어] 무지하게 재미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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