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항상 좋은건 아닙니다. 특히! 수강신청 기간과 성적입력 기간은 참 싫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수강신청기간이 지났으니 한 고비는 얼추 넘긴 셈이 되겠네요. 수강신청 기간을 싫어하는 이유인즉슨 인기과목을 맡고 있는지라 경험 미숙에도 불구하고 제 과목 수강신청이 안된다는 메일을 수없이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신경을 안 쓰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한 명 한 명의 메일에 너무 신경을 쓰게 됩니다. 수강신청권을 사고 판다는 뉴스 같은 것도 들리는 세상인데, 너무 안스럽잖아요. 그러다보면 수강인원이 당초 인원보다 한참 늘어나는건 당연지사에요. 가급적이면 다 넣어주고 싶은게 제 마음이지만, 한계라는 것은 늘 있는 법이라 종국에는 거절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상당히 고역이에요. 이 기간, 학생에게만 괴로운 기간은 아닙니다. 물론 강사가 학생만큼 괴롭지야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수강신청 기간은 성적입력 기간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상대평가란건 상당히 냉정하고 잔혹한 구석이 있거든요. 만약 저에게 평가를 받는 쪽과 평가를 내리는 쪽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전 평가를 받는 쪽을 택할거에요. 차라리 받아들이는 편이 편하거든요. 말하고보니 강사로서는 곤란한 성격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바빠져서 좋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적당히 바빠야 사는 맛이 나는 법이거든요. 어쩌면 그보다는 한가할 때 머리 속을 가득 채우는 잡생각이 떠오를 틈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2010. 3. Argento.



개인적으로 사람의 판단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는 상대평가는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도덕적 성숙도나 지적 함량을 떠나, 평가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스스로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확신이 깊으면 깊을 수록 그 위험성은 더 커지는 듯 하구요.
웁스, 괜한 말로 부담감이 더 커지실 수도 있겠네요.ㅎㅎ
잘못된 제도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그 나름에도 최선의 판단을 하는 사람들도 늘 있었으니까 현명하게 대처하시리라 봅니다 :)
바쁜 형님에게 제가 할 수 있는 건 영화 추천 밖에 없네요. 일단 이번 3월 11일에 개봉하는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 완벽 100% 추천해요. 올해의 걸작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묵직하고 강렬한 순도 100% 걸작 갱스터 느와르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하이퍼텍 나다에서 하는 로랑 캉테 회고전 작품 중 개인적으로 '타임아웃' 을 강력 추천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자가 된다는 것의 고통을 정말 실감나게 표현했거든요.